알고 보니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선수가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나가려면 ?

ironcow6204 2022. 4. 2. 11:22

 

 

“제2의 선수 생활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두 번째 기회를 준 독일 대표팀에 감사하다.”

 

 

<버네사 제임스(왼쪽)가 에릭 래드퍼드와 짝을 이뤄 지난 7일 베이징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연기를 하는 모습. 
제임스는 프랑스 대표로 세번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이번엔 파트너인 래드퍼드의 모국 캐나다로 국적을 바꿔 출전했다.>

 

 

오스트리아 알파인스키 대표로 12년을 뛰었던 로메드 바움만(36)은 지난 2019년 독일 대표팀으로 소속을 옮기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적었다. 
오스트리아 유니폼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한 그는 독일 유니폼을 덧입으며 환하게 웃었다. 
“10번의 세계선수권 대회와 2번의 올림픽을 함께한 오스트리아 대표팀에 감사하다”는 글도 남겼다. 
바움만은 당시 오스트리아 대표팀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젊고 쟁쟁한 후배들에게 밀려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자 독일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오래 사귄 독일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같은 언어권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선 독일 대표로 슈퍼대회전 은메달을 땄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선 7위를 했다.


오스트리아는 알파인스키 세계 최강국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 활강, 회전, 대회전, 수퍼대회전, 복합 등 5개 세부 종목 중 4개에서 동계올림픽 통산 메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퍼대회전만 노르웨이에 이어 2위다. 
오스트리아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22명을 출전시켰다. 국가별 남녀 쿼터를 최대로 채웠다. 
한국의 양궁처럼 세계적 강자들이 수두룩해 대표팀 선발전 통과가 국제대회 입상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알파인스키 선수 로메드 바움만은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국적을 바꾸고 베이징 올림픽에 나왔다. 
그는 남자 수퍼대회전 7위를 했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모국이 아닌 나라의 국적을 새롭게 선택한 선수들이 눈에 띈다. 
올림피언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있는데, 자국에선 경쟁이 치열해 대표로 뽑히기가 어려울 경우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헝가리 스노보드 선수 카밀라 코주박(17)도 그중 한 명이다. 
열네 살 때 당뇨병 진단을 받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가며 운동한 코주박은 헝가리 선수 중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행 열차를 탔다. 
사실상 국내 경쟁자가 없다시피했다. 캐나다는 여자 12명을 포함해 23명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 
선수 층이 두꺼운 캐나다에선 조금만 삐끗하면 밀려나기 십상이다.


코주박은 베이징 올림픽 3종목에 출전했으나 하프파이프 19위, 슬로프스타일 28위, 빅에어 17위 등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렇게 첫 올림픽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 헌장(41조 2항)엔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선수가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나가려면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 이후 최소 3년이 지나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다만 관련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연맹이 합의하고, IOC가 승인할 경우 3년이라는 대기 기간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2019년 3월 10일 마지막으로 한국을 대표해 세계선수권을 치렀던 쇼트트랙 선수 임효준(25)은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지만, 한국의 동의를 얻지 못해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피겨 스케이팅의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선수들이 국적을 바꿔 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경우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누구와 호흡을 맞추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파트너의 국적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페어 스케이팅 선수 배네사 제임스(34)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스 대표로 세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이번 베이징대회엔 남성 파트너 에릭 래드퍼드(37)의 모국인 캐나다로 국적을 바꿨고, 단체전 4위를 했다. 
이탈리아 출신 남성 페어 선수인 마르코 잰드론(23)은 파트너이자 연인인 로라 바르케로(20)를 따라 스페인으로 국적을 옮겨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