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229]전국 곳곳에서 배달료가 치솟으면서 그 여파로 음식값까지 오르고 있어

ironcow6204 2022. 3. 17. 11:05

 

 

 

“죄송하지만 쿠팡이츠, 배민 등으로 인해 배달 기사가 부족한 관계로 1월 1일 자로 요금을 4300원으로 인상합니다.”


서울 성북구에서 일식집을 하는 정모(42)씨는 작년 말 배달 대행 업체에서 이런 통보를 받았다. 
정씨가 내는 배달료는 작년 1월에는 1700원이었지만 1년 만에 2800원이 됐다. 
전체 배달료 4300원 중 나머지 1500원은 주문한 소비자가 낸다. 
정씨는 “돈가스 한 그릇을 9000원에 파는데 배달료에 배달 앱 수수료, 포장비 등 배달 관련 비용이 4000원이 넘는다”면서 “손님에게 배달료를 더 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주문 자체가 줄까 봐 어쩔 수 없이 1월부터 돈가스 값을 500원 올렸다”고 했다.

 

 

<작년 12월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로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국 곳곳에서 배달료가 치솟으면서 그 여파로 음식값까지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인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의 경쟁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쿠팡이츠는 2020년, 배민은 작년부터 배달원 1명이 한 번 배달을 할 때 주문 1건만 처리하는 ‘단건(單件) 배달’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배달 기사 모집 경쟁이 벌어져 몸값이 치솟는 바람에 배달료가 덩달아 올랐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하면 배달 대행 업체 소속 기사들은 보통 한 번에 여러 주문을 배달하곤 했는데, 단건 배달은 이보다 배달 속도가 빨라 인기를 끌었다. 
쿠팡과 배민은 작년 하반기부터 ‘저녁 시간 3건 배달에 보너스 1만5000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며 기사 모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배달 대행 업체 사장인 박용구(62)씨는 “플랫폼에 가면 대우가 더 좋다고 하니 우리도 기사를 잡으려 배달료를 높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보통 배달료가 4000원이면 그중 80~90%는 기사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최근 배달료·음식값 동반 인상이라는 폭탄을 맞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곱창을 파는 우모(37)씨는 최근 1인분에 2만9000원 하던 곱창 모둠 세트 가격을 3만2000원으로 올렸다. 
인근 배달 대행 업체 배달료가 최근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재료비도 40% 뛰었다고 한다. 
그는 “2인분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를 전액 가게가 부담하고 있는데 많이 팔수록 손해라 어쩔 수 없이 음식값을 올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중국집 사장 김모(60)씨도 밥값을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2만1000원을 받고 2인용 짬뽕과 짜장면, 군만두 세트를 파는데, 배달료만 5000원이고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가 1600원이다. 
음식값의 30%가 배달 관련 비용인 셈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장어구이집을 운영하던 김모(35)씨는 아예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김씨는 “2만8900원짜리 장어구이 1인분을 팔아도 배달료와 중개 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3000원도 안 남는다”고 했다.


여기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자기 가게가 나오게 하려고 각종 수수료도 낸다. 
“이럴 바에 직접 배달하겠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소비자들 거부감도 크다.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치킨이나 커피를 공동 구매하듯 한번에 시켜서 배달료를 아끼거나, 자기 소셜미디어에 신년 목표로 ‘배달 끊기’를 내건 사람들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자마자 소비자들이 배달 시장을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2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