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에 있는 K요양원은 원래 유치원이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원생이 줄자 유치원 문을 닫고 지난해 1월부터 고령층을 위한 요양원으로 리모델링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노인돌봄센터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르신들이 공놀이를 비롯한 실내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실버 세대 급증이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어린이들이 뛰어놀던 유치원은 노인 돌봄 시설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공식 명칭은 주·야간보호센터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고령층이 대상이다. 
노인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라고 해서 흔히 ‘노(老)치원’이라고 불린다. 
지난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정부가 비용을 85%까지 지원해 주자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만 해도 3211곳이었는데, 작년 말 5090곳으로 급증했다. 
노치원 시장이 커지는 5년 동안, 유치원 수는 459곳 줄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노인 요양 시설로 변경된 사례는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82곳에 달했다.


고령층 돌봄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가 65세 대열에 들어서면서 내년 대한민국 고령층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기 때문이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1000만 실버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작년 말 17.5%로, 일본(29.9%)보다는 낮다. 
하지만 앞으로 22년 뒤인 2045년, 한국의 고령화율이 37%로 높아져서 일본(36.7%)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1000만 실버 시대는 대한민국 경제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부동산 같은 자산을 빼고 소득만 갖고 계산한 ‘통계 착시’다. 
부동산까지 합칠 경우 60세 이상은 국내 순자산의 46%를 보유한 ‘파워 실버’다. 
이들이 오래 살 걱정 때문에 지갑을 닫으면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워 실버의 자산을 젊은 층으로 이전해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부(富)의 회춘’은 우리 사회의 큰 숙제다.(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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