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훈련을 받고 있던 ROTC소총사격장에 솜씨가 형편없는 1학년 후보생이 한 명 있었다. 
그 친구가 실탄 50발을 헛되이 써버리자 교관은 화가 치밀어 “야, 너는 널따란 헛간벽조차 맞히지 못할 놈이야! 나무 뒤에 가서 네 골통에나 대고 한 방 쏘지 그래?”하고 고함을 질렀다. 
풋내기가 자취를 감춘 뒤 2, 3분쯤 지났을 때 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 쪽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안색이 새파랗게 변한 교관은 헐레벌떡 그쪽으로 뛰어갔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1학년생이 걸어나와 부동자세를 취했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또 빗나갔습니다!”

 

 





사령관이 예하부대 식당을 검열하고 있었다. 
한 신병 앞에서 걸음을 멈춘 사령관이 물었다. 
“여기 식사가 어떤가?” 
“예, 식사때마다 음식을 놓고 서로 싸웁니다, 각하.” 
사령관은 흐뭇했다. “허, 거참 반가운 일이군.”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각하.” 
그 신병이 대답했다. “싸움에서 지는 쪽이 식사를 해야 하니까요."

 

 





일본을 향해 항진중인 군함 「리브스」호 함상에서 근무하던 내 동료 한 사람이 사소한 군기 위반으로 1계급 강등에다 벌금을 물고, 3주일 동안의 가외근무까지 하게 되었다. 
얼마 후 7월 2일이면 21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그는 밤마다 가외근무를 할 때면, “나를 강등시키고 벌금을 물릴 수는 있겠지만, 내 생일까지 빼앗아가지는 못하겠지”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다. 
7월 2일이 다가오자 그의 흥분은 한층 고조되었다. 
그는 7월 1일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늘 하던 그 말을 다시 되풀이했다. 
“내 생일까지 빼앗아가지는 못하겠지.” 
다음날 아침, 그는 배가 날짜변경선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일어나 보니 7월 3일이 되어 있었다.

 

 





맥 사우어라는 친구가 해군에 복무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때 휴가를 얻어 조그만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민간인 복장에다 더플백을 짊어지고 마을 한복판을 걸어갔다. 
동네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무척 반가워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와 마주친 처음 몇 사람은 별로 반가운 기색도 없이 “맥, 잘 있었나?” 하고 지나쳐버리는 것이었다. 
그런 인사에 좀 실망하고 있던 차에 드디어 옛 친구 거스를 만나게 되었다. 
거스만은 틀림없이 몹시 반가워하리라고 생각했다. 
아닌게아니라 그는 반색을 하면서 큰소리로 “야, 맥! 이거 참 반갑군!”하고는 맥이 들고 있는 더플백을 내려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금 떠나는 길인가?”

 

 





2차대전중 여군으로 복무하던 어느 날 영국의 솔즈베리역에 도착해보니 갈아타야 할 기차가 멀리 떨어진 건너편 플랫폼에 벌써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내린 곳에서 그 플랫폼으로 가는 지하도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끓고 있었다. 
나는 안타까운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기차를 놓치겠네!” 
그러자 건장하게 생긴 한 수병이 나를 자기 어깨 위로 번쩍 들어올리더니, “비켜주세요! 아가씨가 기절했어요!” 하고 고함지르며 사람들을 뚫고 나가 기차가 떠나기 직전에 나를 객실 안에 내려주었다.
“고마워요.” 내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기차를 타지 못했을거예요.”
“천만에요, 아가씨.” 수병은 이렇게 대꾸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젊은 시절 해군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중상을 입은 수병 한 사람이 실려 왔다. 늘 그랬듯이 나는 수술준비를 하고 나서 환자로부터 수술승낙서를 받으려 했다. 
그는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그 서류에 꼭 서명을 해야 하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꼭 해야 한다고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그는 마지못해 서명을 했다. 
나는 그 서류를 다시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수병이 망설였던 까닭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에게 준 서식은 시체부검의뢰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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