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더위와 나들이 철을 맞아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릴 만큼 몸값을 높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28일 집계한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당 2만3349원이었다.

그러나 값이 오른다고 소비가 크게 줄 것 같지는 않다.

2011년 320만마리가 넘는 돼지를 살처분한 구제역 파동으로 삼겹살값이 폭등해 한때 ㎏당 2만5000원을 웃돌았다.

그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으로 전년보다 300g 줄었을 뿐이다.

2013년 돼지 소비량은 다시 1인당 20.9㎏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970년 2.6㎏보다 8배 많은 양이다.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이다.

쇠고기나 닭고기의 곱절을 소비한다. 흥미롭게도 45년 전에도 이런 비율은 비슷했다.

취향은 변치 않았는데 먹는 고기의 양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터무니없이 늘었다.

황윤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공장제 축산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값싼 돼지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게 된 우리 세대에게 ‘이래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제목이 말해주듯, 끔찍한 가축 ‘공장’의 내부를 폭로하고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일방적 영화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과 자연 농장, 육식과 채식을 각각 악과 선으로 구분해 놓고 결정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고기가 주식”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젊은 세대와 “사람은 원래 잡식동물”이라는 지식인, “먹고살기도 힘든데 상관 말라”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함께 생각해 보자고 이끈다.


황 감독은 구제역을 계기로 공장식 양돈 실태를 둘러보고 충격을 받는다.

유기농을 하는 소규모 농장에서 돼지를 알게 된 뒤 채식을 결심한다. 그 이후는 가시밭길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즐기던 기쁨이 사라지고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남편은 곧잘 하던 요리를 중단했다.

젤리에 돼지 껍질 성분이 들어 있다며 집어든 과자를 빼앗다 아들을 울리고는 ‘지금까지 본 걸 다 잊고 과거로 돌아갈까’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촬영을 하면서 알게 된 행복한 돼지의 모습은 돼지라면 저금통과 돈가스밖에 모르던 아들을 바꿔놨다.

‘공장’에서는 몸을 돌릴 수도 없는 감금틀에 누워 쉬지 않고 새끼를 낳아야 하는 번식용 암퇘지가, 정기적으로 암컷 대용 나무틀에 올라타도록 훈련받은 씨수퇘지에서 사람이 짜낸 정액을 받아 임신한다.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꼬리와 송곳니를 잘린 뒤 옥수수가 주성분인 배합사료를 먹고 하루에 최고 900g씩 살을 찌운 뒤 첫돌을 넘기지 못하고 도축된다.

농장에서는 달랐다. 수컷과 사랑을 나눈 암컷은 짚더미로 둥지를 만들고 낳은 새끼에게 오래 젖을 먹여 기른다.

사료와 함께 농업 부산물인 당근과 야생의 풀을 실컷 먹는다.

돼지에게 풀을 먹이는 재미에 푹 빠진 아들 도영은 자연스럽게 고기 음식에서 멀어진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녹색당과 함께 동물학대를 이유로 유럽연합과 캐나다에서 사용이 금지된 돼지 감금틀(스톨)과 마리당 면적이 A4 용지도 안 되는 산란닭 철창우리(배터리 케이지) 추방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2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시사회가 끝나고 황 감독은 “이 영화가 고기는 절대로 먹지 말자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가 농업개방에 대비해 1990년대부터 공장제 축산을 적극 추진한 결과가 요즘 밥상 모습이다.

“원래 고기를 많이 먹던 나라가 아니었는데, 국가가 육식 중심의 입맛을 들였다.

그러니 고기를 먹더라도 어떤 과정으로 고기가 만들어지는지 알고 선택할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곧 학교 급식을 먹을 도영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도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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