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알랭 들로르메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 중에 "약 5천억 개의 비닐봉지가 매년 생성된다."고 강조한다.

"몇 초 만에 제조되고 몇 십 분 동안 사용되다 흔히 버려지는 비닐봉지지만 지구에서 제거되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는 갑자기 바람에 날려 혼자 떠다니는 비닐봉지가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언짢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뭔가 시각적으로 절실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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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를 생각하면 왠지 시적인 감각이 생긴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춤추는 듯한 하얀 비닐봉지를 묘사한 유명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새들이 해 질 녘에 떼를 지어 둥지로 돌아가는 걸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비닐봉지는 우리 사회에서 사실 무서운 존재다.

즉 소비사회는 물론이고 공해를 상징하며, 이젠 깊은 바다 아래에 숨어있는 쓰레기의 대륙을 의미한다."

들로르메가 '순간적인 플라스틱 조각품 - 속삭임'이라고 이름 붙인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 시각적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 바닷속에 숨어있는 플라스틱 봉지의 쓰레기 대륙이 갑자기 우리 하늘 위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황혼이 되면 떼를 지어 우아하게 이동하는 새의 아름다움과, 또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가 보여준 공포스러운 면을 다 빌려서 형용해 봤다.

놀랄 정도로 아름답지만 또한 공격당하는 느낌도 드는데, 세상이 플라스틱화 되어간다는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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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미술은 대부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요소에 대해 소통하고 설명하려는 것이 주목적이다.

들로르메는 비닐봉지 이미지를 일부러 모호하게 묘사한다.

디지털 합성을 통해 해파리의 모습이 된 비닐봉지는 석양이 지는 하늘을 가르며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가상 공간에서 자연과 인공이 만난 대지미술이라고나 할까?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사람들마다 각자 해석해야 한다.

어떤 이는 물질 만능과 인간의 자취를 보며 소비사회를 떠올릴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대지미술을 볼 것이다. 어떤 이들은 환경적인 요소를 지적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들로르메의 사진은 환경문제에 대해 독특한 견해를 묘사하는 미술작가 배리 언더우드나 크리스 조던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들로르메의 플라스틱화된 이미지를 통해 특정 물체가 부여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이해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선 모든 게 너무 빨리 움직인다. 심층 분석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요점을 놓칠 때가 많다.

그런 차원에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난 믿는다. 궁금해지면 좀 더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그러면 새라고 착각했던 것이 비닐봉지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게 된다."

'속삭임'은 현대문화의 어두우면서도 신비롭고, 난해하면서도 현실적인 면을 조명하고 있다.

지구 아래 숨겨진 채 썩어가던 유독한 무리가 갑자기 지상에 출연하면 왠지 끔찍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정경이 된다.

아래 작품들을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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