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그의 공연이 감동이 된 이유






[JES 김성의] 평범한 공연이 사건이 된 것은, 공연 시작 후 두 시간이 채 흐르지 않았을 때였다.



28일 오후 9시37분께 충남 보령시 신흑동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김장훈 서해안 페스티벌'에서 가수 김장훈이 갑자기 무대에서 쓰러졌다.

싸이의 노래 '연예인'을 부르던 중 정신을 잃으면서 힘없이 쓰러진 김장훈은 곧바로 인근 보령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공연장은 갑자기 주최자 겸 제작자가 사라진 상황이됐다.

여느 공연 같으면 갈팡질팡 파행을 겪었을 터인데, 이 음악 축제의 '노 개런티' 출연자들의 우정은 참 각별했다.

어려운 위기의 때에 더 빛이났다.

선배 가수 조영남은 공연 큐시트에도 없던 충청도 민요와 자신의 출신 초등학교 교가 등을 부르며 동요하려는 관객들을 달랬다.

"난 지금 건강상 퇴장한 김장훈씨 대타 가수로 나왔다. 관객들이 큰 걱정을 안했으면 좋겠다.

상황이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조영남은 10여분 간을 무대에서 '노련한 나이든 광대'로서의 끼를 발휘했다.

누가 조영남보고 무대 위로 올라가서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닌데도, 조영남은 후배의 행사를 혹여 망칠까봐 자진해서

나와 관객들을 웃기고 안심시켰다.

윤도현은 무반주로 큐시트에도 없던 '사랑했나봐'를 부르기 시작했다.

임시 사회자로 나선 윤도현은 간간히 김장훈의 건강 상태를 "속보가 들어왔습니다"라는 멘트로 위트있게 전하며 동요할 관객들이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도왔다.

김장훈이 부르기로 예정됐던 엔딩곡 '사노라면'은 윤도현이 후배 노브레인의 보컬과 함께 부르며 예정대로 태극기가 펼쳐지는

이벤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았던 보령 인근 주민들의 성숙한 질서 의식도 칭찬 받기 충분했다.

김장훈이 무대에서 쓰러진 뒤 우비를 입은 1만명 객석은 50-60대 중년 관객까지 합해 11시가 되가는 늦은 시각에도 자리를 지켰다.

김장훈은 올 초부터 7회 총 11일간 충남 보령시 호도 등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했고, 방제 작업에 투입된 자원 봉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차원에서 이날 콘서트를 기획했다.

서해안 인근 주민들은 이미 김장훈에 대한 큰 고마움을 갖고 있고, 김장훈 역시 지역경제 회복에 대한 염원을 하고 있어,

이들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공연 내내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듯 했다.

이날 출연한 조영남·김장훈·윤도현밴드·노브레인·DJ DOC·장나라·슈퍼주니어-해피 등은 공연을 마친 뒤 약속이라도 한 듯,

김장훈이 입원해있는 보령아산병원에 방문해 병문안을 했다.

서울에서 3시간 거리의 먼 곳에 돈 한푼 받지않고 흔쾌히 출연한 동료들과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동료들과 관객을 더 걱정하는 연출자 김장훈. 이날 공연이 흔치않게 훈훈한 감동을 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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